수련도 이제 막바지이다.
분홍색 꽃들이 흩날리기도 하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기도 하고,
나뭇잎들이 땅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새하얀 눈이 내 어깨를 감싸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사계절이 있어 시간의 흐름이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봄만 지나면 여름이다. 여름만 지나면 가을이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다.
시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수련과정을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났다.
병원에 적응하고, 검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처음이라 막막했던 것들이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고 또 피드백도 들으며 차츰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3월부터 5월까지 3달간 매주 목금 교육을 들으며
이동했던 순간들은 당시에는 힘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것을 했을까 놀랍기도 하다.
교육이 끝나면 재활시설과 정건센터에 교환수련을 다녀오고
그 이후로는 계속 병원에서 필요한 것들을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주어진 수련과정을 하나씩 하다 보니 이제는 끝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무엇을 하든 항상 마지막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은 왜 남을까. 아쉬움이란 무슨 감정일까.
한정된 시간 내에 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압박일까.
아니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람 간의 유대감과 친근감이 생기고, 이제는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의 결과일까.
나는 미신이나 운명, 인연이라는 것을 맹신하는 사람은 아닌데,
알고 보면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믿으면서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려는 방어기제일 수도 있겠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곳을 선택했고, 그곳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것들이 인연이고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모든 관계가 꾸준히 이어질 수 없다만, 당시 상황에서는 그때에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이렇듯 나에게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과거에는 관계 형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다.
가만히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만남이 이어지는 것이 관계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고 사람과 만나보며 그건 아니라고 확신이 생겼다.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어떠한 감정(열등감, 짜증, 화 등의 감정)이 올라왔을 때
왜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거지? 내가 어떤 경험이 있었나?
다시 나를 탐험하는 시간이 5분, 아니 1분이라도 사용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자의식은 강화되고 그러한 감정은 이성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고 행동하게 하는 아주 좋은 도구이지만
때론 우리의 생각을 편협하고 좁히는 역할도 하게 된다.
아무튼 수련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고,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성장했고 발전했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이전의 나와 비교하며 기준을 나에게 두어야겠다.
나는 과학의 발전 같이 급진적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나는 꾸준히, 천천히, 성실하게 걸어가며 나만의 속도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도 새로운 직장을 가지며 기대되는 한편,
두렵기도 하다. 이러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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