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니 이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는데.. 더 배워야 되는데..
전문가의 역할을 강요당한다.
나의 어쭙잖은 지식으로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내가 이야기하는 게 정답인 양 말하는 게 간혹 거부감으로 느껴지기도 하다.
확실한 정답이 있을까.. 1달 넘게 직장을 다니며 계속 느낀 점이다.
심리치료라는 명목 하에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그런데 심리치료보다 환경의 문제가 더 큰 대상자가 많아 보인다.
대부분이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알지만..
내가 해줄 수 없는 부분들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데, 심리적으로 보듬어만 준다고 바뀔 수 있을까.
그냥 이혼하며 따로 살거나 가족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서 사는 게 더 나아 보이는 대상자들이 많다.
이번에도 해석상담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전 수련과정에서는 해석상담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CPK의 정보를 확보했다.
검색어에 '해석상담'을 치고 모든 댓글과 글을 확인하고 정보를 취합하여 해석상담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주 쓰지 않는 단어들, 대상자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 애초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나에게 걱정으로 다가왔다.
나는 전문가로서 말을 내뱉는 상황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나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서일까. 전문성이 부족해서일까.
나의 말을 덥석 믿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단어 하나하나 조심하고, 어떻게 정보를 최대한으로 사려 깊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난 아직 멀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고서도 내가 쓰는 것에만 바빴던 것 같다.
읽은 사람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읽었을 때의 기분을 공감하진 못했다.
'나는 사실대로 썼는데... 전달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게 쉽고도 어렵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담감을 놓아버리면 사실 꽤 쉬운 일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일은 왜 필요할까.
어떤 이유든 검사를 진행하고 평가를 하며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게 이 직업의 역할 아닐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
보고서를 잘 쓰는 게 어떤 걸까 고민하게 되었다.
전문적인 말로 뒤덮어진 보고서인가.
대상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 편한 보고서인가.
둘 다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보고서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쓰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전체적인 맥락, 핵심적인 내용, 정확한 평가만 있다면 어떠한 보고서는 잘 쓴 보고서라고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목적은 그 사람에게 일상을 찾아주는 것이고, 일상으로의 회복이다.
그것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모르는 건 너무 많고, 공부할 것도 너무 많고,
그렇다고 안주하기는 싫고, 피곤하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들긴 하지만
결국에는 공부하고 있을 것 같다.
그게 내 마음이 가장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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